고치지도 않았는데 25억 원에 팔린 69년형 페라리의 위엄
※ 출처 : 다음 자동차
고치지도 않았는데 25억 원에 팔린 69년형 페라리의 위엄
오래 전부터 자동차 수집이 활발히 이뤄진 외국에서는 '헛간 방치차(barn finds)'가 종종 발견돼 화제를 불러온다. 자동차를 보물처럼 애지중지하는 애호가들은 차를 헛간에 방치해 두는 걸 이해하지 못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헛간이나 차고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클래식 카가 수십년 만에 '발굴'돼 고가에 팔리곤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지난 8월 일본에서 발견된 1969년형 페라리 365 GTB/4 데이토나도 그런 헛간 방치차 중 하나다. 페라리 데이토나는 4.4L V12 엔진을 얹어 최고속도 280km/h를 냈던 스포츠 쿠페로, 지금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1,200대나 생산돼 희소성은 그리 높지 않다. 물론, 알루미늄 보디가 아닐 때의 이야기다.
일본에서 발견된 차는 1,200여대의 데이토나 중 유일한 일반도로용 알루미늄 보디 모델이다. 페라리는 5대의 레이스용 알루미늄 데이토나를 생산했지만, 일반도로용 모델에 알루미늄 보디가 적용된 건 이번에 발견된 차가 유일하다.
차량의 주행거리는 3만 6,390km에 불과하며, 출고 상태 그대로의 붉은색 외관과 투톤 가죽으로 꾸며진 실내도 특별히 망가진 곳 없이 깨끗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페라리 전문가들은 정밀 조사를 통해 알루미늄 패널이 교체된 적 없으며, 엔진과 차대번호도 일치해 이 차량이 진품임을 검증했다.
히스토리를 추적한 결과, 이탈리아의 자동차 잡지사 대표가 주문제작한 이 차량은 1971년 일본으로 수입된 뒤 쭉 일본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차주 가족들은 이 차가 1980년 헛간에 주차된 뒤 40년 가까이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놀라운 비밀을 품고 있던 알루미늄 데이토나는 복원작업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지난 9월 RM 소더비 경매에서 220만 달러(한화 약 24억 5,000만 원)에 낙찰됐다. 복원 완료된 일반 데이토나가 60만~70만 달러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무려 세 배나 비싼 가격이다.
소더비에 따르면 이 차량은 향후 복원 작업을 거쳐 주행 가능한 컨디션으로 되살아날 예정이다. 복원 후의 차량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자신의 집에 오래된 헛간이 있다면 낡은 차가 서 있지는 않은 지 살펴보자. 차 한 대가 인생 역전의 꿈을 이뤄줄 지도 모른다.
이재욱 객원기자 siegussr@encarmagaz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