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디젤 엔진이라고?
※ 출처 : 다음 자동차
이게 진짜 디젤 엔진이라고?
벤츠 S 400 d,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을 탐할 때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형 3.0L 디젤 터보(OM 656)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요즘은 많은 자동차 회사가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쓴다. 고급 상품을 만든다는 소리다. 풀이하면 물건이나 시설의 품질이 뛰어나기에 값도 비싸다는 의미다. 하지만 ‘고급’에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사용자가 느끼는 품질과 가치의 만족도가 전부다.
“이 차에 달린 의자는 최고급 가죽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최고급 응접실에 앉아있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착석감도 뛰어나서 장시간 운전에도 편안하지요.”
일부 자동차 카탈로그에는 자신들의 프리미엄 제품을 현란한 문구로 설명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프리미엄이란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사용자가 곧바로 느끼고 ‘좋다’, 혹은 ‘고급스럽다’라는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S 400 d L 4매틱
‘메르세데스-벤츠 역사상 가장 뛰어난 디젤 엔진.’ 새로운 3.0L 디젤 엔진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설명이다. 이것은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엔진은 기존에 350 d 라인업의 후속이 아니다. 350 d(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61.2kg·m)과 달리 라인업에 400 d를 추가하고 있다. 400 d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모델은 디젤 엔진 특유의 경제성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디젤 엔진의 장점과 가솔린 엔진의 장점을 모두 결합한 절묘한 균형을 가졌다.
‘디젤 엔진이 이렇게 매끈하고 좋아도 되나? 이만큼 완벽했던 적이 있었나?’
400 d 4매틱을 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최고급이라는 목표를 가진 대형 세단에 부족하지 않은 성능이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다. 공회전 때 진동과 소음이 실내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웬만한 가솔린 엔진보다 훨씬 부드럽고, 정숙하다. 차 안에서 뿐 아니라 차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딸딸’거리는 디젤 엔진 특유의 인젝션 소리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400 d 4MATIC에 달린 3.0L 디젤 엔진은 새로운 가변 밸브리프트 기술로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감소시켰다. 기본 유로6 기준보다도 엄격한 배출가스 제한에 부합하는 차세대 엔진이다. 그러면서도 출력과 반응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 이 엔진은 배기량 2925cc, 직렬 6기통 트윈 터보 구성이다. 최고출력은 340마력, 최대토크 71.4 kg·m을 발휘한다.
사실 엔진 스펙은 참고 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놀라운 부분은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차의 움직임이다. 움직임이 매끈하다. 디젤 엔진이라고 믿을 수 없다. 오히려 시작부터 끝까지 가솔린 엔진이라고 믿고 타면 더 자연스럽다. 초반 반응성은 좋고, 엔진 회전력 상승은 자연스럽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다가 다시 밟았을 때 터보 레그도 크게 느끼지 못한다. 거의 즉각적으로 필요한 만큼 출력을 토해낸다.
초반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토크를 이용한 급가속, 이후 마력의 한계로 가속력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디젤 엔진의 모습이다. 하지만 400 d는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하게 반응한다. 엔진 회전수는 계기반상 최대 5000rpm이다. 실제론 4500rpm까지 회전한다. 스펙상 최고 출력은 3600~4400rpm, 최대 토크는 1200~3200rpm 사이에서 분출된다. 쉽게 말해 토크와 마력이 교차하는 시점이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그리고 여기서 9단 자동변속기가 눈부시게 활약한다. 눈 깜짝할 순간에 변속에 개입해 차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이어간다.
공차 중량이 2245kg이다. 실제 도로 위에서 승객을 태우고 2400kg 수준의 무게에 달하는 차다. 이런 거대한 세단이 디젤 엔진을 얹고 0→시속 100km 가속을 5.2초 만에 도달한다. 게다가 주행 느낌은 부드럽고, 매끈하다. 조용하고, 편하다. 동시에 복합 연비는 리터당 12.3km를 기록한다. 모든 것이 새삼 놀랍다. (아주 고성능을 목표로 한 모델을 제외하면) 더 이상 가솔린 엔진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낄 정도다.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을 위협한다고 생각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십수 년간 디젤 엔진보다 가솔린 엔진의 발전이 그만큼 더뎠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S 400 d에 얹어진 차세대 디젤 엔진을 경험하고,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앞으론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의 영역을 더 많이 탐하게 될 것이다. 단지 경제성만을 위해 디젤 엔진을 선택하시는 시대는 지났다. 곧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의 장점만을 흡수한 엔진이 많은 자동차를 통해 등장할 것이다. 참고로 S 400 d의 3.0L 디젤 터보 엔진도 하위 모델을 통해 시장으로 빠르게 보급될 예정이다. 한국에 곧 상륙하는 올 뉴 CLS 클래스에도 얹힌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