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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마

되살리는 사람들

by 욘니 2016. 4. 26.


※ 출처 : 네이버 매거진캐스트









코란도를 복원하는 김태수

KBN 공업사



구형 코란도를 타면서 ‘경기북부’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들었다. 카페지기는 아니지만 ‘코사모’ 카페에서 열심히 활동하니 전국에서 코란도 관련 문의가 온다.


직접 코란도 복원에 나선 계기가 있나?

단순하다. 코란도가 좋았다. 교통사고 조사를 한 경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공부했다. 지금은 분해도 혼자서 할 정도다. 기존 업체들이 불성실하게 작업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마음 맞는 분들과 공업사를 인수했다. 요즘 리스토어 업계에서는 갤로퍼가 잘 팔린다.


코란도는 어떨까?

코란도가 갤로퍼보다 먼저 리스토어됐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코란도는 매물이 없다. 이 점을 악용해 대충 손보고 차를 비싸게 파는 사람들이 나를 욕한다. 왜 차를 똥값에 파느냐고 말이다. 나는 똥값이라고 생각 안 한다. 코란도로 소통하는데 가격이 문제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매물이 없으면 부품도 없겠다. 그래도 아직 못 구하는 코란도 부품은 없다. 혹시라도 못 구하는 부품은 만들거나 보강해서 쓴다.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 대구에서 연락만하고 지내는 분이 있는데 차의 안 좋은 부분을 짚어 수리하라고 일러줬다. 고마웠는지 자기가 가진 등록 말소된 코란도를 가져가 부품용으로 쓰라고 하더라. 코란도는 형제를 만들어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코란도 말고 다른 복원할 만한 차는 없나?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 갤로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건 ‘남의 차’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아무리 꾸며놔도 파제로 같다. 코란도도 수십 년 전으로 가면 지프 계통이 아니냐 따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차는 나름의 역사와 전통이 있다. 요즘 시대에 이런 분위기의 차도 없고. 곧 코란도의 시대가 올 거다.




박물관에서 복원한 김남진

전 삼성교통박물관 큐레이터


 


복원 관련 일을 얼마나 했나?

10년 정도 자동차 박물관 큐레이터로 소장품을 관리했다. 해외 박물관 사례를 조사하며 우리도 이런 기술을 보유해야겠다 싶어 자료를 수집했다. 지금은 박물관을 나왔지만 원형에 대한 집착 같은 게 있어 아직도 복원 관련 일을 한다.


기억에 남는 차는?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면 DNA 한 부분으로 공룡을 복원하지 않나? 박물관에서 10주년 프로젝트로 공식적인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인 시발 자동차를 복원할 때 그런 느낌과 비슷했다. 원형이 굉장히 모호한 차다. 2년여간 철저히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제작했다.


복원이란 무엇인가?

복원이라는 말의 정의가 ‘원래대로 되돌린다’인데, 자동차 복원에서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없다. 그래서 분야가 다양하다. 박물관 쪽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문화로 즐기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다. 박물관에서는 철저한 고증과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원래 상태로 돌릴 수 있는 가역성에 중점을 많이 두는데 자동차는 가역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오래된 철판에 녹이 슬거나 구멍이 뚫려 있으면 그대로 작업할 수 없다. 똑같이 제작해서 대체한 뒤 칠을해 모양을 제대로 찾아준다. 가역적이지 않지만 이 또한 복원이라고 한다.


왜 우리나라는 자동차 복원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나?

자동차 역사가 짧다. 우리 고유의 것이 부족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제도적 뒷받침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서양과 일본은 클래식카를 타고 즐기는 문화가 발전했다. 번호판을 붙일 수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 배기가스 기준에 문제가 없는 5년밖에 안 된 유럽차를 가져와도 인증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합리적이지 않다.


그럼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외국은 문화재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운행일을 제한하거나 약간의 세금을 더 내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탈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규제를 푼다면 복원 사업이 산업으로서 자리 잡을 여지가 있다.





원형 그대로 복원하려는 김진성

보성자동차



 


사업 초기부터 자동차 복원을 했나?

1993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는 복원 개념이 없었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은 3년이 지나면 차를 버렸다. 지금에서야 올드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옛날 차를 유지하며 타긴 힘들다. 나처럼 공업사를 하거나 차에 대한 열정이 많은 사람만 가능한 일이다.


왜?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부속이 없다. 다 개조를 해야 한다. 작업에 들어가면 쓰레기가 한 트럭 이상 나온다.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다. 작업자들이 싫어한다. 왜 이런 작업을 하느냐고 내게 따져 묻기도 한다.


그럼 왜 이런 작업을 하나?

자동차 업계에 종사한 지 20년이 넘었다. 돌아보니 예전의 우리 것이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젊은이들은 옛날 차를 잘 모른다. 이런 일을 한두 사람이라도 해야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하고 있다. 비용 따지면 못한다. 남들 안 하는 거 하고 싶기도 하고. 하하! 복원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말했다시피 복원은 손이 많이 간다.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작업해야 한다.

물론 돈을 받고 한다. 나는 사업가니까. 하지만 이윤만 바라보는 사업가라면 그 시간에 다른 걸 해야 돈을 더 번다.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 작업하다 보니 일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짜증도 난다. 인내를 갖고 이 차를 복원해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완전히 되살아난 차가 출고되면 그 기분, 정말 끝내준다!


지금 작업하는 포니는 어디가 문제인가?

외장은 거의 끝냈는데 칠을 다 벗겨야 할 것 같다. 유리도 모두 분리해야 하는데 고무가 없다. 이게 문제다. 원형으로 복원하고 싶은데 부속이 없다. 좀 더 일찍 복원에 대한 의식이 있었다면 부속을 모아뒀을 거다. 20년 전만 해도 포니 부품은 있었다. 지금은 없다. 현대자동차 창고 구석에는 있지 않을까? 다 버렸을까?




갤로퍼를 복원하는 서동민

썬모터스


 

처음부터 갤로퍼를 복원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나?

수요에 따랐다. 우리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작업했을 뿐이다. 갤로퍼는 사람들이 언제부터 많이 찾았나? 올해 초 정도? 관심 있는 사람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반응이 확 올라오더라. 붐이 일어나니 케이블 프로그램에서도 다뤘고.


왜 하필 갤로퍼일까?

일단 지금까지 생산되는 갤로퍼 1 부속이 많다. 안 나오는 것도 몇 개 있는데 어지간한 건 다 나온다. 예전에 만들어놓은 재고도 많다. 거기에 캠핑 붐이 맞물리면서 갤로퍼 리스토어가 인기를 끈 것 같다. 승용차는 리스토어해도 쓸 데가 없다. 갤로퍼 같은 SUV는 리스토어하면 오프로드용 타이어 끼고 네바퀴굴림으로 산도 탈 수 있다. 짐도 많이 들어간다. 루프랙까지 달면 수납도 많이 되니 캠핑용으로 좋다. 의뢰하는 사람 대부분이 그 용도로 리스토어한다. 보통 데일리카는 따로 있고 주말에 여가 활동을 즐기려 만든다. 아무리 갤로퍼를 잘 복원해도 매일 타고 다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갤로퍼 리스토어는 드레스업일 뿐이라는 의견이 있다. 딱히 리스토어 개념이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딱딱하게 접근하기는 싫다. 차주가 그런 생각을 하고 의뢰하면 그게 리스토어인 거다. 기간에 대한 강박도 불필요하다. 정해진 기한 안에 딱 맞춰 끝나는 일이 아니다. 여유 있을 때마다 하나씩 몇 년에 걸쳐 작업하는 분도 많다. 복원이라는 게 무조건 여기서 저기까지 줄 그은 것처럼 정해진 건 아니니까. 자금 사정이 되는 만큼만 하면 된다.


자동차 복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나?

글쎄. 아직 시장이 정확히 형성되지 않았다. 비싼 곳은 원래 잘하는 곳이라 그런가 보다 하는데 다른 곳은 값을 높게 부르면 바가지 씌우는 줄 안다. 이게 문 한두 개 도색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작업하다 보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뜯어보면 안이 다 썩고 부식돼 너덜너덜한 경우도 있다. 그런 것들을 안 짚어줄 수 없는데 값을 더 부르면 덤터기 씌운다고 또 뭐라 한다. 사람들은 아직 복원 작업이 쉬운 줄 안다.





승합차를 복원하는 김우연

브랜디 개러지스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온다고?

승합차와 버스를 리스토어하는 곳 들어본 적 있나? 없을 것이다. 제주도나 울릉도에서도 50만원이나 하는 뱃삯을 내고 경산까지 온다. 신차의 3분의 1 가격으로 새 차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차를 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걸 알아본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온다.


어쩌다 승합차와 버스를 복원하게 됐나?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회나 학원 같은 곳에 차를 지원할 방법을 모색하다 시작했다. 어차피 중고차를 구입하면 수리비가 100만원 이상 들어가는데 우리에게 리스토어할 차를 가져오면 중고차 값으로 새것 같은 차를 탈 수 있다. 복원과 수리의 개념이 모호하다.


승합차와 버스 복원은 수리에 가깝지 않나?

도색부터 엔진, 하체, 실내, 내장까지 다 뜯어내 새로 작업한다. 얼마 전 장사를 위해 승합차를 복원하러 온 30대 초반 가장이 있었다. 돈이 부족해 새차를 마련할 형편이 못 된다고 했다. 이렇게 한 가정의 생계를 이끌어갈 차를 받으면 책임감이 커진다. 단순 수리로 치부하기에는 사명감을 느끼게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작업을 하면 이익이 있나?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든다. 정확한 산출이 어렵지만 작은 부속 다 포함해 인건비까지 계산하면 거의 남는 게 없다. 일반 차도 작업한다. 그곳에서 나는 이익으로 손해를 메운다. 버스, 승합차 리스토어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다.


부품 수급은 원활한가?

우리나라는 정말 부품 좀 오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신차 팔기에만 급급하다. 초기에는 부품을 구하지 못해 포터를 끌고 전국을 다녔다. 이제는 하도 주문을 많이 하다 보니 부품을 공급해주는 곳이 여러 군데 생겼다. 그레이스, 이스타나같이 오래된 차는 부식되는 곳, 고장 나는 곳이 비슷하다. 오래된 거래처는 우리가 어떤 부품을 많이 주문하는지 잘 안다.


최근 자동차 복원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 역시 승합차, 버스를 넘어 클래식카 복원 사업을 구상 중이다. 올드카의 엔진과 하체를 현대 기술 수준에 맞게 바꾸려 한다. 올해 11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윤진훈

사진  현다흰, 유진호, 조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