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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마

서스펜션이 안 좋은 차, 진짜 서스펜션만의 문제일까

by 욘니 2018. 5. 27.


※ 출처 : 다음 자동차





서스펜션이 안 좋은 차, 진짜 서스펜션만의 문제일까



서스펜션 세팅에는 정답이 없다는 게 정답이다


모든 서스펜션은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장 세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서스펜션이 있다고 해도, 불만을 해소시키고 모든 주행 환경을 만족시키기란 어렵다.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자동차 서스펜션을 평가할 때 사람들은 흔히 구조에 집착한다. 더블 위시본, 멀티링크, 토션 빔 같은 구조가 승차감이나 주행 성능에 절대적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승차감 확보나 타이어 접지력 측면에서 더블 위시본이나 멀티 링크는 무조건 좋고, 토션 빔이 나쁘다는 것은 단순한 논리다(특히 원가를 절약하기 위함이라는 내용). 자동차의 사용 목적에 따라 혹은 차체 크기에 따라서 서스펜션 구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엔진에 위치나 구동 방식, 차체의 크기에 따라 휠 하우스 안쪽 구조가 다르기 때문. 모든 자동차에 휠과 타이어 크기가 다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스펜션을 설계하고 세팅한다는 관점에서, 우리가 아는 구조는 수박 겉핥기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서스펜션은 같은 구조, 동일한 스프링 레이트(Spring Rate, 정수)에서도 외부 요소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차체의 강성도 서스펜션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쇼크업소버가 제대로 충격을 흡수하려면 그에 맞는 단단한 차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단단한 레이싱 서스펜션이나 반대로 승차감이 좋은 서스펜션이어도 비틀림 강성이 약한 차체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포드 F250 슈퍼 듀티와 쉐보레 실버 2500HD 차체 뒤틀림 강성 비교. 차체 강성에 따라 서스펜션의 능력 차이도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 출처 / AMCI(미국 공인 자동차 테스트 기관)


차체 비틀림 강성에 비해 스프링 레이트가 너무 단단하면 노면에서 빠르게 발생한 충격이 차체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스프링이 눌리며 충격을 흡수하고 쇼크업소버가 반동을 잡아낼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밖에도 스프링이나 타이어나 휠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휠 레이트’나 ‘타이어 레이트’, 차의 무게나 코너링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라이드 레이트’나 ‘롤 레이트’까지 서스펜션(세팅)을 결정할 때 고려할 요소다.



출처 / 르노


쇼크업소버 구조는 미묘한 세팅 변화에도 서스펜션 성능에 큰 영향을 준다. 흔히 서스펜션은 ‘유체 역학 분야’라고 한다. 쇼크업소버의 성능(특성)은 기체와 액체가 특정한 공간 안에서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결과다. 따라서 아주 정교한 세팅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얼마 전 스웨덴의 유명한 서스펜션 업체(한국 지사)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애프터마켓 서스펜션 세팅에 변화를 주는 작업을 직접 체험했다. 이런 제품의 특징은 주행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 세팅을 바꿀 수 있는 조절 장치가 달렸다는 점이다. 쇼크업소버의 감쇠력 조절 및 서스펜션 마운트에 달린 캠버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의 주제는 쇼크업소버 안에 달린 오일 피스톤 심스택의 세팅 변화였다.



출처 / 올린즈


코일오버형 제품에 달린 쇼크업쇼버를 모두 분해했다. 그러자 피스톤이 움직일 때 오일이 통과하는 심스택이 보였다. 지름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였고, 높이는 6~7cm 정도였다. 이 부분도 분해했다. 그러자 두께가 2~3mm 정도 되는 철판이 30여 개가 등장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10~20여 개 정도가 기본이다. 하지만 주행 특성에 따라 원하는 결과를 위해 조합을 하면 거의 무한대 조합으로 세팅도 가능하다(물론 최대 개수에는 제한이 있다). 쇼크업소버 오일 피스톤에 단면도에서 보던 것을 분해하니 구조적 원리가 빨리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결국 쇼크업소버 안에서 오일이 흐르는 방법에 변화를 준다는 것이다. 쇼크업소버가 움직일 때 오일이 쉽게 움직이도록 만들면 서스펜션 댐퍼의 감각이 물러지고, 오일이 흐르는데 저항을 많이 주면 서스펜션 댐퍼가 단단하게 반응한다. 유체가 이동하는 공간에 미묘하게 변화를 줘서 서스펜션 특성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작업이었다. 전용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를 통해 데이터를 확인하며 심스택에 변화를 줬다. 그리고 전용 다이나모 장비를 통해 서스펜션의 실제 작동 성능을 테스트했다.



단지 심스택 안에 포함된 철판을 몇 개 교체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래프로 나타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기본 세팅에서 쇼크업소버가 처음에 단단하게 반응하고 곧바로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했다면, 세팅에 따라서는 처음에 더 단단하게 버티다가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고, 반대로 처음부터 부드럽게 반응하다가 뒤로 갈수록 단단하게 반응하게 설정하는 것도 가능했다. 무조건 부드럽거나 단단한 반응이 아니었다. 댐핑과 리바운드(댐퍼가 눌리거나, 반대로 복원되는 부분) 필요한 부분에 정확하게 반응하도록 세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세팅에 변화를 준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테스트 주행을 했다. 달랐다. 기본 제품과 주행 감각이 확연히 달랐다. 쇼크업소버의 기본 느낌은 이전보다 물렀지만, 결과적으로 코너에서 불안한 느낌이 줄었다. 초반 움직임에 저항이 걸리는 부분과 부드럽게 움직이는 구간에 변화를 줘 노면의 충격을 훨씬 효과적으로 처리했다. 통통 튀는 구간이 줄어들었고 타이어 접지력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해석이다.


농담처럼 ‘튜닝에 끝이 순정’이라고 한다. 사실 이 말에는 많은 이유가 담겨있다. 서스펜션의 경우 구조만 보고 무조건 좋고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소리다. 단순한 구조의 서스펜션이더라도 계측기로 성능 데이터를 만들면 특정 부분에 집중한 흔적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모든 서스펜션은 존재의 목적이 있다. 가위로 철판을 자르면서 가위를 탓할 수 없는 것처럼, 설계 목적을 벗어난 환경에서 사용하며 서스펜션을 탓하는 건 의미가 없다. 물론 모든 사용자가 똑같은 패턴으로 차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니까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불만이 있다면 정확한 이유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목적을 가지고 개선할 수 있을 테니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